시사/경제

우리는 왜 OECD 노동생산성 최하위권인가

스눞히 2016. 8. 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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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OECD 노동생산성 최하위권인가>

 

2013년 기준 한국 서비스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4만 7천 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비교 가능한 OECD 26개국 중 21위로 최하위권에 있는 수치다.

정부가 최근 '서비스경제 발전 전략'을 내놓으면서 밝힌 숫자들이다.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낙후돼있으니 규제를 풀고, 서비스업과 제조업, IT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다.

우리나라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게 정말 경쟁력이 떨어지고, 종사자들이 일을 못 하거나 게으르기 때문일까?

 

노동생산성이 낮은 대표적 업종으로 꼽히는 택배업을 살펴보자.

한국교통연구원이 집계한 '화물자동차 운송시장 동향'에 따르면, 택배 기사들은 하루 평균 12~13시간씩 일하며 150~200개씩 배송한다.

밥 먹을 틈도 쉴 새도 없이 일하는 택배업계의 현실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잘 알려져있다.

그런데, 이렇게 일하는 택배업 종사자들의 노동생산성이 낮다니, 대체 선진국 택배 기사들은 하루에 몇 개를 배송한다는 말인가?

의문은 노동생산성의 계산 방식을 이해해야 풀린다.

노동생산성은 '노동투입량 1단위당 산출량'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노동생산성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쓰이는 산출량의 개념이 '물량'이 아니라 '부가가치'라는 것이다.

하루에 택배를 몇 개 배달했느냐가 아니라, 그래서 얼마의 부가가치(거칠게 말하면 '달러로 환산한 이익')를 창출했느냐가 노동생산성을 결정하는 것이다.

 

노동생산성(Productivity of labour)?

일정 시간이 투입된 노동량과 그 성과인 생산량과의 비율로, 노동자 1인이 일정기간동안 산출하는 생산량 또는 부가가치를 나타낸다.

 

부가가치 노동생산성 = 국내총생산(GDP)/ 노동량(시간)

 

즉 노동시간 대비 임금의 많고 적음에 따라 노동 생산성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부가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당연히 소비자가 지불하는 요금이다.

 

택배업체가 유통업체로부터 받는 건당 배송 수수료는 미국(서비스업 노동생산성 2위)이 1만 원, 일본(서비스업 노동생산성 7위)이 7천 원 선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천5백 원 정도다.

이런 요금 구조에서는, 택배업체의 영업이익률 등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우리 택배 기사가 하루에 2백 개를 배달하고 미국 택배 기사가 하루에 백 개를 배달해도, 노동생산성은 미국 택배 기사가 2배 높게 산출될 수 밖에 없다.

 



노동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선진국?

해외에 나가보면 이른바 '선진국'으로 갈수록 공공서비스든 개인서비스든 서비스업 요금이 비싸다는 것을 체감한다.

택시요금, 야구경기 관람료부터, 이발, 자동차 정비, 양변기 막혔을 때 뚫는 요금에 이르기까지 마찬가지다.

 

선진국의 서비스 요금이 비싼 건 사람의 노동력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일수록 우리가 '잡일'이라고 부르는 노동을 해도 어느 정도의 생활이 가능한 이유다. 노동생산성의 계산방식을 이해하면, 상당수 서비스업(노동력보다 첨단기술과 시스템이 부가가치를 좌우하는 일부 업종을 제외한)에서는 노동생산성이 높아서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니라 선진국이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높다고 얘기하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상당수 서비스업에서 노동생산성의 높고 낮음은 정부에서 노동자들에게 윽박지르듯 말하는 경쟁력이나 근면성의 척도가 아니다.

 

'사람값'을 어느 정도 쳐주는 나라에서 노동하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척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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