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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GO·슈퍼마리오 일본의 '소프트파워'

스눞히 2016. 8. 3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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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GO·슈퍼마리오 일본의 '소프트파워'>

 

일본의 아키하바라는 원래 일본 최대의 전자상가 밀집 지역으로 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일본 공업 기술자들이 아키하바라역 주변에 노점을 차리고 라디오용 부품을 팔기 시작하면서부터 일대가 대규모 전자제품 전문매장 단지로 발전했다.

하지만 일본 전자기업 몰락과 교외 쇼핑몰 등장으로 많은 전자상가가 문을 닫고 빠져나갔다.

대신 2000년대 들어 그 자리에는 각종 애니메이션 관련 상점들이 입점하며 아키하바라는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

 

아키하바라?

전기제품에서 컴퓨터 부품,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전자제품 점포들이 늘어서 있는 일본 최대의 전자제품 상가다.

도쿄역[]에서 야마노테선[]으로 아키하바라역까지는 4분 정도 걸린다.

 

요즘의 아키하바라는 더이상 예전의 전자상가가 아닌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같았다.

골목에는 노트북이나 TV 등 전자제품 전문매장이 간간이 보였지만, 대로변에는 애니메이션 상품들을 판매하는 대형 쇼핑몰들로 가득했다.

 

2006년 조성된 애니메이션센터에선 무료로 인기 애니메이션을 관람할 수 있고, 애니메이트(animate), 토리노아나, 게이머즈 등 애니메이션 숍은 오타쿠(お宅·한 분야에 심취한 사람)라면 반드시 찾는 장소가 됐다.

아키하바라역 주변에 자리 잡은 크고 작은 500여개 상점 가운데 애니메이션과 게임 관련 전문점이 70%가량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60%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커진 데다 게임·캐릭터 산업으로까지 확산되면서 거대한 콘텐츠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주간 경제 전문지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한 일본 만화와 코스프레 의상, 프라모델, 캐릭터 상품, 메이드 카페 등 각종 대중문화 상품의 연간 매출 규모는 4000억엔(약 4조3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 차세대 먹거리 '소프트 파워'

 

아키하바라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상징이 되면서 차세대 먹거리에 고민하는 일본 경제에도 희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2년 영국 유명 트렌드 잡지 모노클이 발표한 세계 소프트파워 순위에서 영국·미국 등에 이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세계 6위에 올랐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몰라도 포켓몬·원피스 등 일본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줄줄이 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브라질 리우올림픽 폐막식에서도 일본은 차기 대회 개최국에 주어지는 소개 시간 8분 동안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을 총망라한 공연으로 가득 채웠다.

하이라이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인기 게임 캐릭터인 수퍼마리오 분장을 하고 깜짝 등장한 장면이었다.

 

아베 총리가 올림픽에서 마리오를 끄집어 낸 이유는 일본의 '소프트파워'를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마리오가 일장기 속 태양을 상징하는 빨간 공을 일본의 국민 캐릭터 '도라에몽'으로부터 건네 받고 마리오 게임에 등장하는 녹색 배관을 타고 지구 반대편 리우의 폐막식장으로 가는 모습이었다.

마리오가 전 세계인들이 잘 알고 있는 인기 캐릭터였기에 가능한 연출이었다.

이 등장 하나로 세계 네티즌들은 아베 총리에게 '아베마리오'란 별명까지 붙였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985년 게임업체 닌텐도가 가정용 게임기로 내놓은 '수퍼마리오'는 그동안 200개가 넘는 비디오 게임이 등장하며 지금까지 게임팩이 3억장 이상 팔렸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다.

여성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헬로 키티(Hello Kitty)는 지난해 캐릭터 매출이 724억엔(약 7800억원)이었다. 헬로 키티 관련 지식재산권(IP)만 400개가 넘는다.

 

최근엔 포켓몬의 재등장으로 일본 소프트파워의 영향력은 더 높아졌다. 증강현실(AR) 스마트폰 게임인 '포켓몬고'의 전 세계 다운로드 건수가 1억 건이 넘으면서, 닌텐도에서 출시했던 다른 포켓몬 게임까지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다케다 야스히로 교토정보대학 교수는 "만화 캐릭터 하나가 하나의 산업이 되는 시대"라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게임과 피규어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켰고, 이들을 한곳에 모은 것만으로 아키하바라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도 포켓몬 GO의 열풍에 뒤이어 무턱대고 AR산업에 진출하려고 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실제로 아래와 같이 그 결과물이 나오기도 했다.

 

2016/08/17 - [유머] - 한국판 포켓몬 GO, ‘크레용팡 GOGO’ 등장

 

하지만 본문에 나와있듯이 일본의 소프트파워는 단기간에 기술적인 발전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요는 '스토리'다.

한국이 정말로 제 2의 포켓몬, 슈퍼마리오를 갖고 싶다면 정부나 사회에서 애니메이션, 게임과 같은 서브컬쳐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돈이 될때만 우리산업, 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하는 선거철엔 '마약 산업'으로 몰고가는 행태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의 '소프트 파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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