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

가정폭력, 끊어지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스눞히 2016. 8. 30.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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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끊어지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져 있던 끔찍한 폭력들이 세상에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가정폭력 검거 건수가 4만822건이었다고 29일 밝혔다.

한 해 검거 건수가 4만건을 넘기는 처음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운영하는 여성긴급전화(1366)의 가정폭력 상담은 2011년 7만1070건에서 지난해 15만9081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가정폭력은 ‘뫼비우스의 띠’다.

끝없이 반복된다는 치명적 특징을 보인다.

즉, 재범의 위험속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가정폭력 재범률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재범률 하락은 ‘검거 인원’이 급격히 늘면서 나타난 신기루일 뿐이다.

 

‘피해자 보호’보다는 ‘가정 보호’에 무게를 싣는 법도 가정폭력의 악순환을 부추긴다.

가정폭력사범 검거가 3배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구속률은 1%대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검찰에 송치된 뒤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는 비율은 지난해 8.45%에 불과했다.

가정보호사건으로 법원에 넘겨져도 마찬가지다.

매년 가해자의 30% 이상이 아무 처분도 받지 않고 가정으로 돌아간다.

나머지 30∼40%는 사회봉사, 상담 등 가벼운 처분을 받는다.

가해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돌아온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가정 밖으로 달아난다.

그러나 그들의 탈출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정폭력의 주된 피해자인 아내, 아이, 노부모 등은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구조적 문제에 발목 잡혀 있다.

가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하거나, 경제적 자립이 힘들어 어쩔 수 없이 가해자에게 다시 기대는 식이다.

지난해 가정폭력 긴급피난처에 입소했던 피해자 48%가 집으로 돌아갔다.

 

 



보호시설은 늘었지만 절반 가까운 피해자들이 다시 ‘폭력의 지옥’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긴급피난처 입소자 6983명 가운데 1616명(23.1%)은 보호시설로, 290명(4.2%)는 전문 상담기관으로, 1084명은 연고자에게 보내졌다.

가장 많은 3372명(48.3%)는 귀가를 택했다. 

귀가자가 많은 것은 피해자 분리 대책이 안고 있는 근본적 한계 때문이다.

가해자의 추적 때문에 피해자들은 자립이 쉽지 않다.

번듯한 서류를 내야 하거나 4대 보험에 들어야 하는 직장은 꺼리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피해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내몰리게 되고,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결국 제대로 된 독립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피난처'가 아닌 제대로 된 '독립'을 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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