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초·중등 교과서 선거·정치교육 내용

스눞히 2016. 9. 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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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체제는 국가 체제를 유지·발전시키는 근간이다. 역사상 다양한 정치체제가 등장하였으나 오늘날까지 존속하고 있는 체제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고대 사회에서 등장한 후 오랜 기간 군주통치 체제에 그 자리를 넘겨주었으나 근대에 부활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다시금 등장하여 현대 대부분의 국가들이 채택하게 된 이유에는 다른 정치체제가 갖지 못한 장점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은 민주주의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정치권력의 정당성을 천부적(天賦的) 지위나 생래적(生來的) 조건에서 찾는 군주제와 달리 민주주의 체제의 정치권력은 피치자가 직접 부여한 것이다. 모든 사회 구성원을 동등한 시민으로 간주하고 합법적인 정당성 부여를 통해 누구나 통치자가 될 수 있는 정치제도는 권력으로부터 원천적으로 배제된 다수로부터 끊임없이 공격받는 여타의 정치제도에 비해 안정적이다. 이러한 장점은 민주주의가 18세기 유럽에서 부활한 이후 200여년이 지난 현재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이다.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에 합당한 제도가 필요하다. 특히 정치권력에게 합법적인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의사를 공평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제도, 즉 선거제도가 필수적이다. 지난 200여 년 민주주의의 역사는 선거제도를 개선하고 발전시켜온 역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양자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선거의 의미가 퇴색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 중의 하나는 선거가 갖는 대의제의 한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원화된 사회 구조 속에서 정치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전반적인 관심이 낮아지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선거 참여와 더불어 시민들이 자신의 의사를 직접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정치참여 활동을 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 낮은 선거 참여율로 인해 정치권력의 정당성이 약화되고 현실 정치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실종됨으로써 허울뿐인 민주주의가 될 위험이 크다.
  우리나라는 최근 수차례의 대선과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를 경험하면서 젊은 세대의 낮은 투표율을 직접 목도하였다. 그 이유가 다른 방식의 정치참여율이 높아진 데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정치적 무관심이 증대된 것에 기인한 것인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민주주의의 발전에 부정적인 현상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그 원인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조사는 예비 유권자인 학생들의 정치교육에 그러한 원인이 있는가를 진단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물론 학교 교육이 졸업 이후 시민의 선거 참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경험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 사실, 선거참여율을 결정하는 요인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학교 교육도 그러한 요인들 중 하나일 것이라는 짐작이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선거와 정치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가를 분석하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이다.
  왜냐하면 교육의 결과가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발현되는가와 관계없이 교육은 피교육자의 지식이나 기능, 태도의 변화와 발전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만약 학교에서 전혀 정치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예비 시민의 정치적 지식이나 태도는 교육을 했을 때보다 낮은 수준일 것이라는 점을 선험적으로 예견할 수 있다.
  본 조사에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과 이에 따른 초·중·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를 분석하였다. 선거와 정치과정·참여가 다루어지는 모든 과목과 단원을 분석 대상으로 하였고, 내용의 수록 빈도나 비중을 살펴보는 정량 분석과 학습목표의 유형에 따라 지식-기능-가치·태도 중 어디에 해당하는가를 살펴보는 정성 분석을 모두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선거, 정치과정·참여와 관련한 내용은 모든 학교급의 교육과정에 대단원 또는 중단원 수준으로 반영되어 있었고, 교육과정에 기반한 교과서에서도 해당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그 비중은 낮은 수준이었다.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문화, 법 관련 내용을 모두 다루는 사회과 특성 상 선거나 정치참여에 대한 내용 비중이 크게 확대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학습목표의 유형에 따른 분석에서는 지식 위주의 내용 학습이 강조되고 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과목으로 갈수록 더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학생들의 발달 단계상 추상적 사고가 가능해지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개념과 이론에 대한 학습이 강조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선거 참여가 단순히 제도에 대한 이해 수준과 비례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부족한 영역 즉, 정치참여 의사, 시민으로서의 책무감 등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조사에서 분석한 선거·정치교육 관련 내용의 교과서 내용 수록 실태는 명시적으로 교과서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한 달여의 조사 기간과 방대한 교과서 자료 수집·분석에도 촉박한 조사 일정이라 이 부분의 논의에 연구 역량을 투입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본 조사가 제시한 경험적 자료들은 향후 연구에서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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